知行合一 사집반 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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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25.11.03 조회2회 댓글0건본문
知行合一
(머릿속의 앎에서 손끝의 행으로)
사집반 선우
『禪家龜鑑』
「一念嗔心起하면 百萬障門開니라. 若無忍行하면 萬行不成이니라.」
한순간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면, 백만의 장애문이 열리느니라.
만약 참는 행이 없으면 모든 일이 이루어지지 않느니라.
이 구절은 저희 동학사 학승들이 입선 시작 전 독송하는 선가귀감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선가귀감의 이 구절을 읊을 때마다 저는 간절한 마음으로 또박또박 읽곤 합니다. 그러나 막상 화가 올라오면 간절했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화를 나에게, 타인에게 쏟아부어 버리고 맙니다. 특히 어른 스님과 상판 스님께 수순하지 못해서 화가 일어날 때, 저는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는 제 자신의 모습에 더 화가 나고 괴로웠습니다. 빨리 고치자, 반복하지 말자 매번 다짐하면서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제 모습은 앎과 행이 일치하지 않는 知行不合一 그 자체였습니다. 머릿속으로는 잘 알고 있는데, 행하는 것은 왜이리도 되지 않는지, 어떻게 해야 내 머릿속의 앎을 내 손끝까지 내려오게 해서 진정으로 행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며 선원제전집도서를 공부하던 중, 저는 제 고민의 실마리를 천 년 전 종밀스님께서 제시하셨던 선교일치에서 찾게 되었습니다.
종밀 스님 당시, 당나라 시대에는 마음을 닦는 선종과 경론을 강설하는 교종이 서로의 종파만이 옳다고 대립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회통하기 위해서 종밀 스님께서는 선원제전집도서를 저술하시며 선교일치 사상을 제시하십니다. 선원제전집도서에서 종밀스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經是佛語요 禪是佛意라. 諸佛心口가 必不相違니라.」
경은 곧 부처님의 말씀이요, 선은 부처님의 뜻이라.
모든 부처님의 마음과 말씀이 반드시 서로 어긋나지 않느니라.
『禪源諸詮集都序』
부처님께서 입으로 하신 말씀[敎]과 부처님께서 마음으로 전하신 뜻[禪]은 결국에는 같은데, 종밀 스님 당시의 불제자들은 말씀[敎]과 뜻[禪]에 집착하여 교종과 선종, 혹은 선종과 교종으로 서로를 배척하고 나누었습니다. 이처럼 당나라 시대에 선종과 교종이 분리되어 있었던 모습은 흡사 제 안의 앎과 행이 합일되지 않고 분리되어 있는 모습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앎과 행을 합일시킬수 있을지 고민하며 선원제전집도서를 계속 공부해 나가던 중, 종밀 스님께서 선과 교를 회통하는 근본적인 방법으로 가르침(敎)로써 마음(心)을 비추고, 마음(心)으로써 가르침(敎)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신 구절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강사 스님께서 고민하고 있는 저에게 한 구절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셨습니다.
「心自無念니 念起即覺이라」
마음은 스스로 망념이 없음이니, 망념이 일어난 즉 깨달을지니라
『禪源諸詮集都序』
위의 구절은 제게 단순히 알아차리라는 말씀이 아니라 가르침으로써 마음을 비추고, 마음으로써 가르침을 이해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다가왔습니다. 心自無念 念起即覺을 제가 화가 날 때에 적용해 보았습니다.
心自無念 念起即覺의 실행방법으로
화가 일어날 때
알아차림
① 아,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② 이것이 생멸문이구나
→ 배운 것으로 내 마음을 비춰보기
2. 멈춤
① 백만 장애의 문이 열린다는 것을 상기하기
② 화를 내게 되면 나뿐만 아니라 다들 힘들 거야
③ 화 조절이 너무 힘들 경우, 그 자리 잠시 피하기
→ 한 박자 멈추기
3. 전환하기
① 염불: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대자대비 구고구난 관세음보살
② 호흡: 숨을 길게 들이쉬고 내쉬기
③ 자애경 독송
이것이 저의 앎과 행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법이 아닌가 합니다. 제게 교(敎)는 ‘알아차리는 앎(知)’이며, 선(禪)은 ‘알아차리고 멈춘 후 전환하는 행(行)’입니다.
교(敎): 알아차리는 앎=知
선(禪): 알아차리고 멈춘 후 전환하는 행=行
즉, 선교일치가 저에게는 지행합일입니다.
지금까지 선원제전집도서의 선교일치를 제 안의 앎(知)과 행(行)에 적용하며,이를 어떻게 합일시킬지에 대해 서술해 보았습니다. 종밀 스님께서 천년 전, 선원제전집도서를 통해 선과 교를 하나로 회통하시려 애쓰셨듯이, 저도 제 안의 앎(知)과 행(行)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끝으로 저는 다짐하며 발원합니다.
부처님, 저는 부처님의 제자로서 선하게 변화하고 싶습니다.
부처님, 제가 배운 것이 저의 삶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 머릿속의 앎이 손끝의 행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이 부처님의 뜻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선교일치, 지행합일의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겠습니다.
선원제전집도서에서 배운 것을 제 삶에 적용하여 화를 10번 내는 것을 9번,
8번, 7번으로 점차 줄여나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