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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과 함께 가는 길 - 치문반 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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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25.11.03 조회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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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과 함께 가는 길


치문반 고우

 

. 가을의 성찰과 수행의 자리

 

안녕하십니까? 치문반 고우입니다.
요즘 아침저녁으로 많이 쌀쌀하지요? 어느덧 11월입니다.

이맘때면 자연스레 한 해를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올해 무엇을 했는가? 무엇을 놓쳤는가?”

나는 어떤 도반이 되어주고 있는가?”
나는 내 서원을 잘 간직하고 있는가?”

이 질문들이 저의 수행을 다시 일깨워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살피며 마음을 정리하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설법 주제를 도반과 함께 가는 길로 정하였습니다.

 

 

 

. 수행의 근본과 치문의 가르침

 

누구나 처음에는 상구보리 하화중생하라라등의 큰 서원을 세웁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세속의 일에 끌리며, 마음이 흐트러질 때가 있을 것입니다. 이럴때치문글 중에 근본을 잊지 말라. 처음의 뜻을 늘 되새기라.”는 이 말씀은 수행자가 길을 잃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나침반과도 같습니다. 그러나 초발심을 혼자 지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도반(道伴)입니다. “나를 낳은이 부모요, 나를 완성하게 하는 것은 도반이라고 하였습니다.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도반이 가장 큰 힘이 되고, 선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선한 도반이 인생의 이정표가 되듯이 좋은 도반이 있으면 나쁜 인연에 휩쓸리지 않도록 서로를 경책하며 잡아 줄 수 있습니다.

스님이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는 저희가 처음 만나는 책, 치문(緇門)에는 수행자에게 꼭 전하고 싶었던 조사 스님들의 간절한 경책의 말씀과 자상한 가르침이 담겨 있습니다.

 

치문의 대지는 알부정계사업(遏浮情誡邪業)” 즉 들뜬 망정을 막고 삿된 행업을 경계함입니다.

들뜬 마음을 멀리하되 인연을 등지지 않고, 고요히 머무르되 세상과 등을 지지 않는 것, 그것이 수행자의 길입니다. 그 길 위에서 도반은 나를 일깨워주는 스승이요, 나를 이끌어주는 거울입니다. 삿된 업을 멀리하고 청정한 행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진정한 도반의 향기가 피어납니다.

치문의 내용에도 좋은 벗을 만나야 한다는 가르침이 여러 번 나옵니다. 길을 걸을 때 혼자 걷는 것보다 누군가 곁에서 조금만 더 가자”, “넌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줄 때 훨씬 힘이 납니다. 이것이 치문이 일러주는 도반의 모습이 아닐까요?

 

개 중생지 근욕성 수(蓋衆生之根欲性殊)”라는 말도 있습니다. 모든 중생은 근기와 성향이 다르다는 뜻이지요. 얼굴도, 생각도, 자란 환경도 다릅니다. 이렇게 다른 우리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조금씩 양보하며, 배려하고 받아들이는 마음, 그것이 바로 도반입니다.

감자를 찌려면 잔뜩 묻어있는 먼지와 흙을 씻어 내고 감자껍질이 불토록 물에 담가 두었다가 문질러서 벗겨냅니다. 그러면 뽀오얀 감자가 나오고 조금 덜까진 부분은 수저로 긁어냅니다. 물에 담아놓고 보면 동글동글 때깔 좋은 감자가 그렇게 예쁠 수가 없습니다. 우리들도 이렇게 탐진치가 씻겨지고 껍질 벗겨진 예쁜 감자처럼 서로 부딪치고 맞춰가며 같이 성장하지 않을까요?

 

부처님께서 좋은 도반을 만나는 것이 수행의 전부다라고 하셨듯이 저에게도 도반들은 참으로 귀한 존재들입니다.

봄철 창불에 힘들어 할 때 돌아가면서 가르쳐 주고, 연습할 때도 같이 하면서 제가 익숙해질 때까지 도와주는 도반들이 아니었으면 지금도 많이 힘들어 하고 있겠지요?

잘 기억 못하고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도 하나하나 챙겨서 대중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항상 챙겨주기도 했습니다. , 여름철에는 골절상을 입어 방학철 소임을 살 수 없을 때도 힘들었을 텐데 본인의 일정을 뒤로하고 대신해 준 고마운 도반도 있고, 옆에서 힘들어하는 저를 걱정해 주고 위로해 주며 힘 북돋아 주는 도반도 있습니다.

산행 중에도 조용히 옆에서 챙겨주고, 이 설법문을 쓸 때도 옆에서 열심히 도와주고 있는 도반들이 있어 감사하고, 이래서 도반이 최고라고 하시는구나생각을 합니다.

 

 

 

. 치문반의 발원문

 

치문 수업 시작 전에 함께 읽는 저희반 발원문 중 제가 좋아하는 구절이 있어 소개하겠습니다.
지난 세월 무명에 가려 쌓아온 수많은 죄업을 참회하며, 이미 지은 불선업은 소멸되고 앞으로는 선업만 짓기를 발원합니다. 의심 없는 청정한 믿음을 내어 지금 이 순간을 바로 알고, 매순간 마음을 닦음에, 만나는 모든 인연과 장애가 없기를, 건강하기를, 행복하기를, 원만히 회향하기를 서원합니다.”

 

. 서원과 향기로운 마무리

나는 어떤 도반이 되어주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이제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로울 때 따뜻한 벗이 되고, 방황할 때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고자 합니다. 또한 이마음을 담아 함께 배우며 성장해 가는 도반이 되기를 서원합니다


수행의 길은 낙엽 쌓인 산길과도 같습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미끄러지고 넘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나무처럼 깊이 뿌리를 내리고 꿋꿋하게 서 있어야 합니다. 내가 쓰러질 때 일으켜 세워주고, 의심에 빠질 때 그 길이 옳다고 일깨워주는 도반이야말로 수행자의 보배라고 생각합니다.

 

함께하는 도반들과의 인연이 더욱 청정하고 깊은 향기로 피어나기를 진심으로 발원합니다.

나무 서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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